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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무단횡단 보행자, 배달 오토바이 중상해 사고

정동식변호사 2021. 5. 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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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도로를 횡단하는 피해자 E(60세)의 몸통부위를

위 원동기장치자전거 앞부분으로 들이받았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1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쇼크

및 사골동의 골절 등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

보행자를 오토바이 운전자가 충격하여 중상해 입게 한 사건.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 이 사건 사고 장소인 왕복 3차로를 야간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할 수 없었다.

더욱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맞은편에서 진행하던 버스와 그 버스의 헤드라이트 때문에 갑자기 피고인 진행 차로에 뛰어든 피해자를 충격 직전까지 발견하지 못하였던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를 회피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도로교통 관련 법규를 모두 준수하였던 반면,

피해자는 그 법규를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불과 수 미터 옆에 횡단보도가 있음에도 무단횡단을 하면서

피고인 진행 차로에 뛰어들기까지 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기 B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 3. 24. 21:21경 위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여 용인시 기흥구 C에 있는 D자동차공업사 앞 도로를 상갈주민센터 쪽에서 상갈파출소 쪽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운전한 과실로 도로를 횡단하는

피해자 E(60세)의 몸통부위를 위 원동기장치자전거 앞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1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쇼크 및 사골동의 골절 등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장소에서의 무단횡단을 예견할 수 있었고,

업무상 주의의무를 충분히 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편도 2차로, 왕복 3차로 도로로서 직선 구간이고,

도로 양쪽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고

주택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위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다수 존재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②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배달을 마치고 가게를 이동하는 도중에 남자 어른이 중앙선까지 무단횡단 하는 것을 보고 속도를 줄였고, 도로 옆쪽으로 붙어서 천천히 주행하는데, 그 어른이 갑자기 뛰어 들어와 사고가 났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20쪽),

위와 같이 피해자가 중앙선까지 무단횡단을 하는 것을 목격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운행 중인 도로를 횡단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③ 현장 CCTV 영상에 의하면(증거기록 순번 23, 파일명: F, 재생시간: 16분 40초~16분 48초), 반대편 도로에서 내린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장면,

피고인이 맞은편 도로에서 직선으로 주행하여 오다가

피해자를 그대로 들이받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직선구간에 돌입한 시점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약 2초간 직선으로 주행하면서 주행속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위 직선주행 당시 전방 및 좌우의 시야를 방해할 만한 장해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바,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 하였다면이 사건 사고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2) 신뢰의 원칙이란

교통사고의 발생에 있어서

피해자나 제3자에 의한 교통법규위반 등의 이상행동이 개재되었을 때에

당시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와 같은

이상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가해차량의 운행공용자 내지 운전자의 책임이 부정된다는 사고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적용할 수 있으려면

교통사고에 관여되었던 피해자나 제3자의 정상적인 행동을 신뢰할 수 있을 상당성이 있어야 할 것인데(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다카1130 판결 등 참조),

위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하여는

신뢰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된다.

 

다. 당심의 판단

 

1)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도5389 판결 등 참조).

 

2)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2018. 3. 24. 21:21경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용인시 기흥구 C에 있는 D자동차공업사 앞 왕복 3차로의 도로를 상갈주민센터 방향에서 상갈파출소 방향으로 진행하다가(증거기록 6쪽 참조, 이하 피고인 진행 방향의 편도 2차로 도로를 '이 사건 도로', 맞은편 방향의 편도 1차로의 도로를 '맞은편 도로'라고 한다),

맞은편 도로 쪽에서 출발하여 이 사건 도로를 빠른 속도로 무단횡단하고 있던 피해자를 이 사건 도로의 2차로에서 충격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이하 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②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횡단보도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운 편이고,

피고인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는 O 박물관의 담장이 길게 이어져 있었는바,

이러한 도로 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어두운 밤에 근처에 있는 횡단보도를 두고

빠른 속도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있다는 것까지

예상하면서 운전할 것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③ 위 왕복 3차로의 도로가 직선 구간이기는 하지만,

피고인 진행 방향에서는 오른쪽으로 굽은 커브를 돌아야만

직선 구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직선 구간이 시작되기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할 수는 없다.

더욱이 이 사건 사고 장면이 촬영된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는 야간으로서

도로 양쪽에 설치된 조명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상당히 어두워 보이는 점,

피해자가 맞은편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시작할 무렵에는

버스 1대가 맞은편 도로를 진행하면서

피고인이 운전하던 오토바이와 교차하게 되었는데,

위 버스의 차체와 전조등의 불빛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상당히 제한되었고

그에 따라 위 버스의 뒤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피해자를 발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는 일정한 속도로 무단횡단을 한 것이 아니고

위 버스가 지나간 이후부터

갑자기 속도를 높이면서 이 사건 도로를 횡단하였고,

당시 어두운 계통의 옷까지 입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바로 직전까지

전방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피해자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당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참조).

 

비록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배달을 마치고 가게로 이동하는 도중에

남자 어른이 중앙선까지 무단횡단하는 것을 보고 속도를 줄였고,

도로 옆쪽으로 붙어서 천천히 주행하는데 그 어른이 갑자기 뛰어 들어 사고가 났다.

코너를 돌자마자 사람이 중앙선 부근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라고 진술하기는 하였으나(증거기록 20쪽),

이 사건 사고 장면이 촬영된 영상에 의하면

위 진술과는 다르게

피고인이 운전하던 오토바이의 속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 사실이 확인되는 점,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코너를 돌고나서 사람이 중앙선에 서 있는 것을 본 후 내가 전방 후방을 살핀 후 일시정지를 하였다. 오토바이가 완전히 멈추고 두 발이 땅에 닿았다."라며

위 영상과 전혀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하기도 한 점(증거기록 21~22쪽),

피고인의 위 진술과 다르게 피해자는 사고 전에 중앙선 부근에 서 있은 적이 없고 계속하여 도로를 횡단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관련 법률 규정과 법리 등을 잘 알지 못하는 피고인이

자신의 형사책임을 면해보려는 의도에서

실제로는 피해자가 중앙선 부근에 서 있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였음에도

사전에 이를 발견하고

사고를 피하려고 노력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피고인의 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직선 구간이 시작될 무렵 피해자를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선 구간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피해자를 충격하기까지의 거리는 약 16.93m 정도에 불과하므로,

일반적인 위험 인지·반응 시간(0.7~1.0초)과

오토바이의 제동거리 등을 감안해 볼 때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제한속도인 50km를 준수하여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제한속도인 50km를 다소 초과하여 오토바이를 운전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회피가능성에 관한 판단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구성하는 주의의무위반에 관련된 사실도 아니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업무상 과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정동식 변호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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