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뒷길에서 피고인의 남편 추사랑과 주민 이홍렬이 듣는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등이라고 큰소리로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음.
▣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긍정해 온 전파가능성 법리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유지 여부
2.다수의견(10명) : 전파가능성 법리에 관한 대법원 판례 유지
▣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에서 전파가능성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이후 다수의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공연성에 관한 확립된 법리로 정착되었음
▣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타당함.
● 대법원 판례는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공연성 요건이 무의미하게 되고 처벌이 확대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파가능성의 구체적・객관적인 적용기준을 세우고, 적시의 상대방과 피고인이나 피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전파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판단기준을 유형화하면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전제로 전파가능성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공연성을 엄격하게 인정해 오고 있음.
따라서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그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수 있고, 결과책임을 인정한다는 비판은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대한 타당한 비판이 될 수 없음
●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침해의 결과를 요하지 아니하고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발생한 것으로 족한 이상,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공연성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시대 변화나 정보통신망의 발달에 따라 그 개념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현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 이루어지며, 이를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음.
정보통신망의 특성은 비대면성 등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정보유통과정으로서,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전달의 용이성으로 인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됨.
따라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행위에 대하여, 상대방이 직접 인식하여야 한다거나, 특정된 소수의 상대방으로는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법리를 내세운다면 해결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됨.
오히려 특정 소수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 여부를 가려 명예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연성 판단에 부합되고, 공연성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음
3. 반대(3명) : 전파가능성 법리 적용하여 공연성을 긍정해 온 기존의 대법원 판례 전부 폐기
▣ 전파가능성은 명예훼손죄의 가벌성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하고, 수범자의 예견가능성 침해하여 행위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묻게 됨.
▣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고, 전파가능성 개념은 공범의 법리를 오인한 결과이며, 이를 통하여 공연성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 추세와도 동떨어진 것임.
4. 판결의 의의
▣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위해 전파가능성 법리에 대한 제한 법리를 추가하고,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인정하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
● 외국과 달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위법성조각사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자 함.
▣ ‘공공의 이익’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 제시
● 진실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에는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도 보다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함
● 특히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님
●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 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님
정동식 변호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