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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증명서 발급의 제한

정동식변호사 2021. 8. 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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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에겐 가족관계증명서류 발급 일부제한"

직계혈족이면 누구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청구해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위헌.

직계혈족이라도 가정폭력 가해자라면 가족관계증명서류 발급을 제한해 가족의 개인정보에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 A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8헌마927)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족의 개인정보를 알게 해서는 안 되고, 오남용과 유출 우려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 가해자는 언제든지 그 자녀 명의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를 교부받아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라고 하더라도 자녀의 이익이나 정당한 알권리의 충족 등을 이유로 자녀 명의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청구하는 경우 등 부당한 목적이 없음을 구체적으로 소명한 경우에만 발급하도록 하고 이 경우에도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적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해결이 충분히 가능하다."

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18헌마927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청구인】 ○○○,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병철

【선고일】 2020. 8. 28.

 

【주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4963호로 개정된 것) 제14조 제1항 본문 중 ‘직계혈족이 제15조에 규정된 증명서 가운데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은 2021.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연월일 생략) 배우자 □□□의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하고, 아들 △△△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어 현재 △△△을 양육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 □□□은 (연월일 생략) 청구인의 아버지를 찾아가 폭행과 상해를 가하고, ○○법원으로부터 (연월일 생략) 청구인에 대한 접근금지 및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처분을 (연월일 생략)까지 연장하는 결정을 받았으며(사건번호 생략), (연월일 생략)부터 (연월일 생략)까지 청구인에 대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및 통신수단을 이용한 일체의 접근을 금지하는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다(사건번호 생략). 그럼에도 □□□은 계속해서 청구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거나, 청구인을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내는 등 법원의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연월일 생략)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으로 징역 (기간 생략) 및 벌금 (금액 생략)에 처하는 판결을 받았다(사건번호 생략).

다. 청구인은, 가정폭력 가해자인 전 남편이 이혼 후에도 가정폭력 피해자인 청구인을 찾아가 추가 가해를 행사하려는 데 필요한 청구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할 목적으로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것이 분명한 경우에도 이를 제한하는 규정을 제정하지 아니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2018. 9. 11.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그 심판대상을 확정한다(헌재 2010. 12. 28. 2008헌마527 참조).

나. 청구인은, 가정폭력 가해자인 전 남편이 이혼 후에도 청구인을 찾아가서 폭행·협박 등의 추가 가해를 행사하려는 데 이용하기 위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것을 방지하는 입법을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본문은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은 제15조에 규정된 등록부등의 기록사항에 관하여 발급할 수 있는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고, 본인등의 대리인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본인등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등록부등의 기록사항에 관하여 발급할 수 있는 증명서는 1. 가족관계증명서 2. 기본증명서 3. 혼인관계증명서 4. 입양관계증명서, 5.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가 있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2항 및 제3항은 일반증명서와 상세증명서의 각 기재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 청구인의 위 주장을 위 조항들의 내용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실질적으로 다투고자 하는 것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본문이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정되어 있어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아니한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라.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49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 본문 중 ‘직계혈족이 제15조에 규정된 증명서 가운데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 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4963호로 개정된 것)

제14조(증명서의 교부 등) ①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이하 이 조에서는 “본인 등”이라 한다)은 제15조에 규정된 등록부 등의 기록사항에 관하여 발급할 수 있는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고, 본인 등의 대리인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본인 등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 (단서 생략)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과 같은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정폭력 가해자인 전 남편의 추가 가해로부터 충분히 보호되어야 함에도, 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1항 본문 등에 의거하여 가정폭력 가해자인 전 남편이 직계혈족으로서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여 거기에 기재되어 있는 청구인(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여 청구인에게 추가적 가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가정폭력 가해자인 전 남편이 이혼 후에도 청구인에게 폭행·협박 등의 추가가해를 행사하는 데 사용하기 위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하려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것을 방지하는 구체적 입법을 마련하지 아니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4. 가족관계등록법상 등록사항별 증명서 및 교부절차 개관

가.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종류 및 공시내용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가족관계등록부는 가족관계 등록사항에 관한 전산정보자료를 등록기준지에 따라 개인별로 구분하여 작성한다(제9조 제1항).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되는 사항은 ① 등록기준지, ② 성명·본·성별·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③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에 관한 사항, ④ 가족으로 기록할 자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인 경우에는 성명·성별·출생연월일·국적 및 외국인등록번호, ⑤ 그 밖에 가족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이다(같은 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5호).

또한 가족관계등록법은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사항과 관련하여 목적별 증명서 발급제도를 채택하여, 증명목적에 따라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가 있고, 각 증명서별로 일반증명서와 상세증명서로 발급한다(제15조 제1항). 그 중 가족관계증명서(일반)에는 본인의 등록기준지·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부모의 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배우자, 생존한 현재의 혼인 중의 자녀의 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가 공시되고, 가족관계증명서(상세)에는 일반증명서의 기재사항에 모든 자녀의 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가 추가되어 공시된다(제15조 제2항 제1호 및 제3항 제1호). 그리고 기본증명서(일반)에는 본인의 등록기준지·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본인의 출생, 사망, 국적상실에 관한 사항이 공시되고, 기본증명서(상세)에는 일반증명서의 기재사항에 기아발견, 인지, 친권, 미성년후견, 국적, 성·본 창설 및 변경, 개명, 가족관계등록창설 등을 포함한 국적취득 및 회복 등에 관한 사항이 추가되어 공시된다(제15조 제2항 제2호 및 제3항 제2호).

나.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교부청구권자

가족관계등록법상 각종 증명서의 교부청구권자는 원칙적으로 본인, 배우자, 직계혈족(이하 통틀어 ‘본인등’이라 한다)으로 한정되나(제14조 제1항 본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무상 필요에 따라 문서로 신청하는 경우, 소송·비송·민사집행의 각 절차에서 필요한 경우, 다른 법령에서 본인 등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본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가 아니더라도 각종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항 단서 제1호 내지 제4호). 그리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이라 한다)에 따르면, 여기서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란 민법상의 법정대리인, 채권·채무의 상속과 관련하여 상속인의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교부가 필요한 사람, 그 밖에 공익목적상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이하 ‘예규’라 한다)가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제19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

다. 청구사유 등의 기재 및 소명자료 제출

본인등이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신청서에 청구사유를 기재하여야 하나, 그 청구사유에 대한 소명자료는 첨부할 필요가 없다(규칙 제19조 제1항 본문, 예규 제524호 제2조 제2항 본문 및 제5조 제3항). 다만, 본인이 신청인 겸 신청대상자로서 본인의 등록사항별 증명서 교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신청서를 작성·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본인등 이외의 사람이 등록사항별 증명서 중 가족관계증명서를 교부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한 이유를 별도로 밝혀야 한다(규칙 제22조 제3항).

라.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교부제한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시·읍·면의 장은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청구가 등록부에 기록된 사람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등 부당한 목적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증명서의 교부를 거부할 수 있다(제14조 제4항). 여기서 부당한 목적의 청구란 혼인 외의 자인 사실 또는 이혼경력 등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정당한 사유 없이 단지 호기심에 알고자 하거나, 그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된 신분사항을 범죄에 이용하고자 하여 청구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예규 제524호 제6조 제1항). 부당한 목적인지의 판단은 신청인란과 청구사유란의 기재 및 소명자료의 내용으로 판단하되, ① 신청인란의 기재를 하지 않거나, ② 청구사유를 기재하여야 할 사람이 청구사유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 ③ 신청인이나 청구사유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에는 일단 부당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예규 제524호 제6조 제2항).

마. 주민등록번호의 공시 제한

시(구)·읍·면의 장은 등록사항별증명서를 교부할 때, 각 증명서의 본인 또는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란 및 일반등록사항란에 기록된 주민등록번호 중 그 일부를 공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규칙 제23조).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주민등록번호 공시제한은 본인 또는 부모, 양부모, 배우자 및 자녀의 특정등록사항란 중 주민등록번호란 및 일반등록사항란에 기록된 주민등록번호의 뒷부분 6자리 숫자를 가리고 작성하여 교부한다(예규 제524호 제10조). 다만, ① 시(구)·읍·면·동의 사무소에 출석한 신청인이 신청대상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하게 기재하여 해당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경우, ② 신청서의 신청인란에 기재된 신청인이 본인 또는 그 부모, 양부모, 배우자, 자녀인 경우, ③ 시(구)·읍·면·동의 사무소에 출석한 신청인이 재판상의 필요를 소명하는 자료를 첨부하여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경우, ④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공용목적임을 소명하는 자료를 첨부하여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경우에 신청인이 주민등록번호의 공시를 선택한 때에는, 주민등록번호를 공시한다. 다만, 신청인이 ‘신청대상자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만 공시하도록 선택한 때에는 신청대상자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만을 공시한다(예규 제524호 제11조 제1항).

한편, 주민등록법 제7조의4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사람 또는 변경하고자 하는 사람은 변경되었거나 변경될 주민등록번호의 공시가 제한될 대상자를 지정하여 공시제한을 신청함으로써 자신의 변경되거나 될 예정인 주민등록번호가 공시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예규 제530호 참조).

 

5.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와 같이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정보주체 스스로가 결정할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헌재 2005. 7. 21. 2003헌마282; 헌재 2009. 9. 24. 2007헌마1092).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에 규정된 증명서 중 가족관계증명서및 기본증명서에 대한 교부청구권을 직계혈족에게 부여하는 규정으로, 이러한 증명서에는 본인의 등록기준지·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부모의 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배우자, 생존한 현재의 혼인 중의 자녀의 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모든 자녀의 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본인의 출생·사망·국적상실에 관한 사항, 국적취득 및 회복 등에 관한 사항 등이 기록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정되어, 가정폭력 가해자인 직계혈족도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발급을 청구하고, 이를 통하여 전 배우자로서 가정폭력 피해자인 청구인의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도 알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가족 간의 신뢰와 유대에 기초하여 직계혈족이 자신이나 그 자녀의 친족·상속 등과 관련된 권리의무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자녀 본인 및 부모 등의 신분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를 쉽고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직계혈족과 자녀 등의 편익 증진을 위해 직계혈족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특별한 제한 없이 직계혈족에게 가족관계등록법상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 된다(헌재 2016. 6. 30. 2015헌마924 참조).

(2) 침해의 최소성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족관계에 관한 각종 신분증명이 필요한 경우에 직계혈족과 자녀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가족 간의 신뢰와 유대에 기초하여 직계혈족에게도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발급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가족관계등록제도는 우리나라 국민 개개인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에 관한 사항을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하여 그 등록사항을 증명서를 통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로서, 특히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에 기재되는 정보는 본인의 등록기준지·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부모·배우자·모든 자녀의 각 성명·성별·본·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본인의 출생·사망·국적상실에 관한 사항과 친권·후견·개명 등과 같은 민감한 정보이다. 이러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고, 특히 민감한 정보의 경우는 의사에 반하여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개인의 인격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으며, 유출된 경우 그 피해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유대감과 신뢰를 근거로 하여 가족 구성원 중 일방에게 타방의 신분정보가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법상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에 대한 교부청구권을 부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구성원 간의 신뢰와 유대감에 기초한 공동체로서의 가족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지만, 가족원 모두가 독립적 인격체인 개인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등).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 개인의 정보를 알게 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되고, 이들 사이에도 오남용이나 유출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형성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즉,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은 독립적 인격체인 개인에 대한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엄격한 기준과 방법에 따라 섬세하게 재단되어야 하며, 해당 정보에 관한 제공이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허용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헌재 2016. 6. 30. 2015헌마924).

(나) 일반적으로 결혼에 의한 부부 관계와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자녀 관계는 기본적인 가족구성원으로서 상호간에 깊은 신뢰와 유대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부부 및 부모·자녀의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깊은 신뢰와 유대가 현실에서 언제나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배우자 일방의 상대배우자와 자녀를 향한 가정폭력은 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초래하고, 가족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와 유대를 파괴하여 결국에는 한 가정을 해체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이와 같이 오늘날 가정폭력이 야기하는 가정과 사회의 문제가 날로 증대해져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가가 가정폭력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 외에도 가해자의 추가적인 협박과 폭행 등으로부터 가정폭력 피해자를 두텁고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계혈족이기만 하면 가정폭력 가해자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개인정보주체의 동의나 제한 없이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여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 그 결과 오히려 가정폭력 가해자인 직계혈족이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에 기재된 가정폭력 피해자인 (전) 배우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이들에게 추가 가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다) 가족관계등록법에서 등록사항별 증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하여 친양자입양관

계증명서 교부 청구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고(제14조 제2항 참조), 시·읍·면의 장은 등록사항별 증명서의 청구가 등록부에 기록된 사람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등 부당한 목적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증명서의 교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4조 제4항). 또한 하위법규에서는 부당한 목적에 의한 교부 청구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신청서에 청구사유를 기재하게 하거나 그 사유를 소명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신청인이나 대리인의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으며(예규 제524호 제5조 및 제7조 참조), 주민등록번호의 공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규칙 제23조 제1항 참조), 주민등록법 제7조의4에 따라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사람이 변경된 주민등록번호의 공시를 제한하는 신청을 하면 공시를 제한(예규 제530호 참조) 하도록 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서 가정폭력의 혐의나 전과가 있음에도 직계혈족이기만 하면 별다른 심사 없이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를 청구하여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불완전성·불충분성으로 인하여 가정폭력 피해자인 청구인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가정폭력 가해자인 전 배우자에게 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방지하는 구체적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 외에 가정폭력 피해자인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할 다른 합리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 현행 주민등록법은 가정폭력 가해자로부터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특별히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즉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가 그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7조의4 제1항 제3호 라목 참고),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본인과 주민등록지를 달리하는 경우 주민등록표 열람이나 등·초본의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상자를 지정하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본인과 세대원의 주민등록표의 열람 또는 등·초본의 교부를 제한하도록 신청할 수 있으며, 열람 또는 등·초본교부기관의 장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제한신청이 있는 경우 제한대상자에게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표 열람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등·초본을 발급하지 아니할 수 있고, 이 경우 그 사유를 제한대상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제29조 제6항 및 제7항 각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서, 가정폭력 가해자는 언제든지 그 자녀 명의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를 교부받아서 이를 통하여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마) 물론 가정폭력 가해자라고 하더라도 범죄 등과 같은 부당한 목적이 아닌 자녀의 이익이나 정당한 알권리의 충족 등을 이유로 그 자녀 명의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자녀 본인의 사전 동의를 얻으면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의 발급을 허용하거나, 가정폭력 가해자인 직계혈족이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청구할 때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하여 추가가해를 행사하려는 등의 부당한 목적이 없음을 구체적으로 소명한 경우에만 발급하도록 하고 그러한 경우에도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적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그 해결이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정폭력 가해자인 직계혈족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발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가정폭력 피해자인 청구인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유출될 수 있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은 직계혈족과 그 자녀의 편익 증진인바, 이러한 공익의 중요성은 직계혈족이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경우에는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고, 이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 실현의 효과 또한 크지 않다.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가정폭력 가해자인 직계혈족이 그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를 청구하여 발급받음으로써 거기에 기재되어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인 (전) 배우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됨으로써 (전)

배우자가 입는 피해는 실로 중대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법익의 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정되어, 직계혈족이 가정폭력의 가해자로 판명된 경우 주민등록법 제29조 제6항 및 제7항과 같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정폭력 가해자를 지정하여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제한하는 등의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아니한 부진정입법부작위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다. 헌법불합치결정 및 잠정적용 명령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지만, 위헌결정을 통하여 법률조항을 법질서에서 제거하는 것이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위헌조항의 잠정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 있다(헌재 2000. 8. 31. 97헌가12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가정폭력 가해자가 아닌 직계혈족까지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되어 법적 공백의 상태가 발생한다. 이는 직계혈족이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것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닌데도 이를 위헌으로 판단한 경우와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1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이를 계속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함과 동시에 2021.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이를 적용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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