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청구의 요건
" 공무원 '고의·과실' 인정돼야 국가배상… 합헌"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국가배상법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피해자 A씨 등이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6헌바55)에서
재판관 5(합헌)대 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다"
외국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배상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성을 요구하고 있다."
"긴급조치로 인한 손해의 특수성과 구제 필요성을 고려해
국가가 더욱 폭넓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위헌소원
[2020. 3. 26. 2016헌바55·65·72·90·97·141·142·148·161·164·180·183·200·216·309·310·349, 2017헌바264·269·270·394·469·518, 2018헌바95, 2019헌바234·235·236·371(병합)]
【판시사항】
가. 당해사건에서 소송대리권 수여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소 각하 판결이 확정된 일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소극)
나.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함으로써 무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구 국가배상법(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법무법인 ○○에게 소송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당해사건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이 확정된 일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져 볼 필요 없이 각하를 면할 수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
나.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대한 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책임을 규정하면서 제2문은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등 헌법상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전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헌법 제29조 제1항에 법률유보 문구를 추가한 것은 국가재정을 고려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범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되며,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어 이를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배상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배상법상의 과실관념의 객관화, 조직과실의 인정, 과실 추정과 같은 논리를 통하여 되도록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폭을 넓히려는 추세에 있다. 피해자구제기능이 충분하지 못한 점은 위 조항의 해석·적용을 통해서 완화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위 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 제29조에서 규정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구인들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국가배상청구 사건은, 인권침해가 극심하게 이루어진 긴급조치 발령과 그 집행을 근거로 한 것이므로 다른 일반적인 법 집행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배상청구 요건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긴급조치는 집행 당시에 그 위헌 여부를 유효하게 다툴 수 없었으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인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위헌으로 선언된 만큼, 다른 일반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라 하여 국가배상청구권 성립요건에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인해 사후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국가가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의 혼란을 초래하여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국가의 행위로 인한 모든 손해가 이 조항으로 구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9호로 인한 손해의 특수성과 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떠나 국가가 더욱 폭넓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가배상책임의 일반적 요건을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선례는 여전히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선례를 변경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
헌법재판소의 선례가 특정 법률조항에 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법률조항 중 특수성이 있는 이례적인 부분의 위헌 여부가 새롭게 문제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개로 다시 검토하여야 한다.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의도적·적극적 불법행위는 우리 헌법의 근본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국가의 본질을 거스르는 행위이므로 불법의 정도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불법행위를 직접 실행한 공무원은 국가가 교체할 수 있는 부품에 불과한 지위에 있었으며, 그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역시 이례적으로 중대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불법행위는 특수하고 이례적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위와 같이 특수하고 이례적인 불법행위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에서 별개로 다시 판단하여야 한다.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항은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에 관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 결과, 이에 관해서는 국가배상청구가 현저히 어렵게 되었다. 그 때문에 법령의 정당성의 기초가 객관적으로 상실될 정도로 부정의한 규범의 준수에 따른 피해를 사후적으로 회복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로써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배상청구에 관한 법률조항이 오히려 법치주의에 큰 공백을 허용하였음은 물론이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제2문에도 위반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빚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불법성이 더 큰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오히려 국가배상청구가 어려워졌고,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를 외면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이로써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법률조항이 오히려 국가배상제도의 본래의 취지인 손해의 공평한 분담과 사회공동체의 배분적 정의 실현에 반하게 되었다.
법정의견이 합헌의 근거로 드는 공무원에 대한 제재기능과 불법행위의 억제기능은 국가가 개별 공무원의 불법행위 실행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벌어진 경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국가배상제도를 헌법으로 보장한 정신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나아가 선례에서 고려한 국가재정 역시 국가배상제도의 본질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의한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사후적 구제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중대한 요소로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의도적·적극적 불법행위에 관한 부분’은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구 국가배상법(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9조 제1항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의2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조, 제11조, 제26조 제1항 제1호
【참조판례】
가. 헌재 2015. 11. 26. 2012헌바300, 판례집 27-2하, 144, 152
나. 헌재 1996. 6. 13. 94헌바20, 판례집 8-1, 475, 484헌재 1997. 2. 20. 96헌바24, 판례집 9-1, 168, 173헌재 2013. 3. 21. 2010헌바70등, 판례집 25-1, 180 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판례집 27-1상, 564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판례집 30-2, 237 헌재 2018. 8. 30. 2014헌바180등, 판례집 30-2, 259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 판례집 30-2, 429 헌재 2019. 2. 28. 2016헌마56, 판례집 31-1, 164, 173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당 사 자】
청 구 인[별지 1] 청구인 명단과 같음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외 4인
당해사건[별지 2] 당해사건 목록과 같음
【주 문】
1. 구 국가배상법(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 성○○, 김◆◆, 김◀◀, 고○○, 김▶▶, 김♠♠, 권□□, 김▽▽, 김♣♣, 김▣▣, 김◐◐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6헌바55
(1) 청구인 김○○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었다가 긴급조치 제9호의 해제로 면소판결을 받았다(전주지방법원 79고합131). 청구인 김□□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집행유예의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75노1564, 최종 심급 판결만 기재. 이하 같다). 그 후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이 선고,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4재노12). 나머지 청구인들은 그 가족이다.
(2) 위 청구인들은 국가를 상대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이에 따른 수사 및 재판, 그 과정에서의 불법체포·구금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청구인 김□□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상 생활지원금 등(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을 받음으로써 대한민국과 사이에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 김□□의 소를 각하하였다. 1심 법원은, 나머지 청구인들에 대하여는 형벌에 관한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 또는 면소 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수사 및 재판 당시에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은 이상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수사 및 재판 등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5. 21. 선고 2014가합572715 판결).
(3) 위 청구인들은 항소가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5나2028072), 이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상고심(대법원 2015다242245) 계속 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6. 2. 2. 그 신청이 각하되자(대법원 2016카기1002), 2016. 2. 1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6헌바161
(1) 청구 외 망 정○○과 박○○, 청구인 권○○은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1974. 1. 8.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로 제정되고, 1974. 8. 23. 대통령긴급조치 제5호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동 제4호의 해제에 관한 긴급조치’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1호’라 한다)위반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고 복역하였다(정○○: 대법원 74도1407, 박○○, 권○○: 대법원 74도1495). 그 후에 재심을 통하여 무죄판결이 선고, 확정되었다(정○○: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118, 박○○, 권○○: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121). 나머지 청구인들은 그 가족이다.
(2) 위 청구인들은 국가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1호에 근거한 수사 및 재판, 그 과정에서 불법체포·구금,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긴급조치 제1호가 당시의 유신헌법마저 위반한 무효의 조치로서 이에 터 잡아 공무원들이 당시의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를 지키지 아니하고 정○○, 박○○, 권○○을 불법 체포·구속하였고, 폭행과 가혹행위를 하였으며, 긴급조치 제1호 및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터 잡아 수사 및 재판을 하였으며, 출소 이후에도 감시 및 사찰을 한 사실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여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22. 선고 2013가합543925(일부), 2014가합547160(병합)].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청구인 권○○의 내란예비죄 관련 가혹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수사 및 재판 당시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긴급조치 제1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청구인들의 긴급조치 제1호 위반과 관련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모두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11. 13. 선고 2014나2049713, 2049720(병합) 판결].
(3) 위 청구인들은 상고하여 상고심[대법원 2015다253375, 253382(병합)] 계속 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6. 3. 24. 위 신청이 기각되자(대법원 2016카기1007), 2016. 4.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위 두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개요는 [별지 3] 사건개요 기재와 같다.
라. 일부 청구인의 사망 및 승계인의 헌법소원심판절차 수계
청구인 김○○(2016헌바55), 이○○(2016헌바65), 김△△, 양○○, 권□□, 김▽▽(2016헌바72), 김☓☓, 안○○, 홍○○(2016헌바97), 한○○(2016헌바141), 나○○, 양□□(2016헌바164), 박□□(2016헌바309), 곽○○(2016헌바310), 김◇◇, 김◎◎, 배○○, 김▷▷(2016헌바349), 유○○(2017헌바394)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절차 계속 중 사망하였고, [별지 1] 청구인 명단 기재와 같이 위 각 청구인의 상속인인 승계인들이 위 각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절차를 수계하였다.
마. 사망한 자의 승계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
망 이□□(2016헌바180), 망 한□□(2017헌바518), 망 박△△(2017헌바270), 망 유□□(2017헌바394), 망 김◁◁(2018헌바95), 망 김♤♤(2019헌바234), 망 이△△, 망 김♧♧(2019헌바236)은 헌법소원심판 청구 전 사망하였다. 그 후[별지 1] 청구인 명단 기재와 같이 위 각 망인의 상속인들인 청구인 김⊙⊙ 외 3인(망 이□□의 승계인), 청구인 김●● 외 4인(망 한□□의 승계인), 청구인 김■■ 외 13인(망 박△△의 승계인), 청구인 유△△(망 유□□의 승계인), 청구인 김▲▲ 외 2인(망 김◁◁의 승계인), 청구인 서○○ 외 2인(망 김♤♤의 승계인), 청구인 김▼▼(망 이△△의 승계인), 청구인 윤○○ 외 3인(망 김♧♧의 승계인)이 승계인으로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부분에 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들을 청구하였다.
위 조항 중 ‘법령을 위반하여’ 부분은, 고의 또는 과실의 대상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국가배상책임의 객관적 요건인 공무원의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규정한 부분으로서 ‘공무원에게 집행행위의 근거가 된 법령의 위헌성에 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임을 다투는 청구인들의 주장과는 무관하다.
또한 ‘법령을 위반하여’ 부분이 민법 제750조의 ‘위법’보다 좁은 개념으로서 형식적 법률과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은, 실제 확립된 해석례가 그러하다고 볼 근거가 없음에도 ‘법령을 위반하여’를 임의로 좁게 해석한 다음 그것의 부당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령을 위반하여’ 부분을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국가배상법(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밑줄 친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국가배상법(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단서 생략)
3. 청구인들의 주장
대법원은 형벌에 대한 법령이 위헌·무효임이 선언되기 이전에 해당 법령을 집행한 공무원의 수사·재판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법령이 위헌·무효임을 알 수 없었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는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해서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하여 법원이 공무원의 ‘법령 위반에 대한 인식’이라는 행위자의 주관적 성립요건을 내세워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하므로, 그러한 요건 없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을 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사인에 의한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행위자의 위법성의 인식을 묻지 않고 손해배
상책임이 인정되는 것과 비교할 때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을 현저하게 축소시켜 평등원칙 및 법치국가원리에 위배된다.
4.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당해사건은 법원에 적법하게 계속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당해사건이 부적법한 것이어서 법률의 위헌여부를 따져 볼 필요조차 없이 각하를 면할 수 없는 것일 때에는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적법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을 흠결한 것으로서 각하될 수밖에 없다(헌재 2015. 11. 26. 2012헌바300 참조).
2016헌바72 사건의 청구인들 중 청구인 성○○, 김◆◆, 김◀◀, 고○○, 김▶▶, 김♠♠, 권□□, 김▽▽, 김♣♣, 김▣▣, 김◐◐의 경우, 1심에서 법무법인 ○○에게 소송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위 청구인들의 명의로 제기한 소는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된 뒤, 당해사건인 항소심에서 항소가 기각되었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17. 선고 2013가합54483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 28. 선고 2015나2043866 판결), 그 후 상고도 2016. 5. 27. 심리불속행 기각되어(대법원 2016다211040) 소 각하 판결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청구인 성○○, 김◆◆, 김◀◀, 고○○, 김▶▶, 김♠♠, 권□□, 김▽▽, 김♣♣, 김▣▣, 김◐◐의 심판청구는 당해사건이 모두 부적법하여 법률의 위헌여부를 따져 볼 필요조차 없이 각하를 면할 수 없으므로, 결국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5.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의 위헌결정과 개별 법령에 의한 보상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3. 3. 21. 2010헌바70등 사건에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이로써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6항, 제47조 제1항 및 제4항에 의하여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재심을 통하여 무죄판결이 선고, 확정된 청구인들은 대부분 형사구금으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하여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 제2조, 제5조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해제로 면소판결을 받은 청구인들은 재심청구는 불가능하나 형사보상법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1조에 따라 ‘피고인이 면소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13. 4. 18. 결정 2011초기689 등 참조) 형사보상금 청구가 가능하다.
또한 긴급조치 위반으로 형사판결 등을 받은 본인 중에는 민주화보상법상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심의·결정되어 생활지원금을 포함한 보상금 등(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 민주화보상법 제10조 제1항)을 지급받는데 동의하여 이를 수령한 청구인들도 일부 있다. 그 중 특히 생활지원금은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30일 이상 구금된 사람,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상이를 입었으나 장해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해직된 사람으로 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에게 해당 구금일수에 최저생계비를 곱한 금액 등으로 산정된 금액으로 지급된다(민주화보상법 제9조,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의2).
그러나 청구인들 중에는 형사보상법이나 민주화보상법상 보상대상에서 애당초 제외된 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가령 구속되었다가 기소된 적 없이 사후적으로 구속 취소된 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자 본인은 수사과정에서 구금되었더라도 형사보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본인이더라도 구금일수가 30일 미만이거나 민주화보상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3항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가구당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거나, 일정 급수 또는 연봉등급 이상의 공무원이거나 또는 공공기관에 1년 이상 재직 중인 경우, 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본인이 아닌 그의 가족으로서 민주화운동으로 인하여 사망한 자의 유족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더욱이 형사보상금은 형사피고인 등으로서 적법하게 구금되었다가 후에 무죄판결 등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신체의 자유 제한에 대한 보상, 즉 형사사법절차에 내재하는 불가피한 위험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서, 국가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전제로 하는 국가배상과는 그 취지 자체가 상이하다(헌재 2010. 10. 28. 2008헌마514등 참조). 형사보상법 제6조 제1항도 “이 법은 보상을 받을 자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이와는 별도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 최종적인 국가배상금액 산정 시에 형사보상금으로 받은 금액이 공제될 뿐이다(같은 법 제6조 제3항).
또한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은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보상을 반영
할 뿐, 정신적 손해 부분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80등 참조).
6.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가. 쟁점
심판대상조항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공무원의 법 집행 행위가 유효한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상, 사후적으로 해당 근거 법률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집행행위에 의해 손해를 입은 자는 그 공무원이 해당 법률의 위헌·무효를 알거나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공무원의 수사·재판 등 일련의 집행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있어 예외 없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하는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이 과실책임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의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라 하더라도 위법한 직무행위를 행한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배상 가능성이 달라진다. 이에 따른 평등원칙 위배 여부는 결국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주관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의 위헌 여부와 동일한 내용이 될 것이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참조).
또한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가능성을 현저히 축소시킴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위배한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심판대상조항이 과실책임주의를 취하는 것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서 별도의 쟁점으로 삼을 실익이 없다.
나. 국가배상청구권의 침해 여부
(1) 국가배상청구권의 의의 및 심사기준
헌법상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규정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보장하며, 국가배상청구권은 그 요건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개별 국민에게는 금전청구권으로서의 재산권으로 보장된다(헌재 1996. 6. 13. 94헌바20; 헌재 1997. 2. 20. 96헌바24 참).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것을 요건으로 하나, 한편으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고 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을 법률에 유보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의 ‘불법행위’ 역시 이를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은 법률로 이미 형성된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 및 존속을 제한한다고 보기 보다는 국가배상청구권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상 국가배상제도의 정신에 부합하게 국가배상청구권을 형성하였는지의 관점에서 심사하여야 한다(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참조).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함으로써 무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형성권의 자의적 행사로서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선례의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2015. 4. 30. 2013헌바395 결정에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 그 주된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책임을 규정하면서 제2문은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헌법상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전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헌법 제29조 제1항에 법률유보 문구를 추가한 것은 국가재정을 고려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범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는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어 이를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배상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배상법상의 과실관념의 객관화, 조직과실의 인정, 과실 추정과 같은 논리를 통하여 되도록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폭을 넓히려는 추세에 있다. 피해자구제기능이 충분하지 못한 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적용을 통해서 완화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을 형해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 제29조에서 규정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선례를 변경할 사정이 있는지 여부
(가) 청구인들은, 과거 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9호 위반을 이유로 수사나 재판 등을 받고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 혹은 그 친족으로서,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외에 이른바 ‘위법성의 인식’을 국가배상청구권의 요건으로 규정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29조 제1항에 따른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청구인들의 이러한 주장은 공무원이 특정 법률에 근거하여 이를 집행할 당시에는 해당 법률이 위헌·무효임을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법률이 사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는 등 헌법상 정당화될 수 없는 법률임이 확인되었다면 해당 법률에 근거한 집행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는 법 집행 당시의 공무원에게 해당 법률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예외 없이 해당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 함으로써 청구인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이 법률을 집행할 때 그 법률이 사후에 위헌·무효가 될 것인지 여부까지 고려하여 집행을 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설령 그러한 경우까지를 고려하여 법을 집행하더라도 시대적 상황이 변화하면 당시에는 합헌적이라고 판단되던 제도들도 이후에는 위헌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등 얼마든지 상황이 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경우에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되면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인해 사후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국가의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게 하여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의 혼란을 초래하여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대법원은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에서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려면, 위와 같은 경우라 하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요건에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 다만 청구인들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당해사건은, 인권침해가 극심하게 이루어진 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9호의 발령과 그 집행을 근거로 한 것이므로 다른 일반적인 법 집행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긴급조치 제1호는 구 헌법(1972. 12. 27. 헌법 제8호로 개정되고, 1980. 10. 27. 헌법 제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 이라 한다)을 비판하거나 개정을 주장하는 등의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영장 없이 체포, 구속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며, 긴급조치 제9호는 모든 집회·시위, 특히 학생의 집회·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면서 위반자에 대해서는 주무부 장관이 학생의 제적,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서 국민의 참정권, 표현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헌법상 용인되기 어려운 규범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긴급조치가 발령되고 시행될 1970년대 후반에는 헌법재판소에 의한 헌법재판제도가 존재하지 않았고,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헌적인 규범의 효력 상실을 선언할 기구가 사실상 부재하였다. 그리하여 이로부터 한참 뒤인 1987년 개정헌법에서 비로소 헌법재판소의 설립 및 헌법소원을 통한 위헌법률의 통제제도가 도입되었고, 2013년에 이르러서야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1호, 제9호가 위헌으로 결정되었으며, 대법원 역시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가 헌법에 위배되어 무효라 선언한 바 있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위와 같이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인 규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위헌으로 선언될 수 있었던 만큼, 다른 일반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긴급조치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상의 필요성 때문에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요건에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국가배상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는 것으로, 국가배상책임의 일반적 요건사항을 정한 것에 불과할 뿐, 국가의 행위로 인한 모든 손해가 이 조항으로 구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행위로 인한 손해 중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이 조항으로 구제를 받으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해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구제할 수 있다.
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9호로 인한 손해의 특수성과 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떠나 국가가 더욱 폭넓게 구제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가배상책임의 일반적 성립요건을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
(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선례는 여전히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선례를 변경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7.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 성○○, 김◆◆, 김◀◀, 고○○, 김▶▶, 김♠♠, 권□□, 김▽▽, 김♣♣, 김▣▣, 김◐◐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모두 각하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아래 8.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8.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
가. 심판대상조항의 원칙적 합헌성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결정에서, 국가배상책임의 본질에 관한 논의로부터 국가배상에 무과실책임이 포함되는지에 관한 결론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고, 국가배상제도에 피해자 구제기능 및 손해분산기능이 있는 것 외에 제재기능 및 위법행위 억제기능도 있음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헌법상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전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점, 헌법 제29조 제1항에 법률유보 문구를 추가한 것은 국가배상 관련 입법에 국가재정을 고려할 수 있게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하면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음을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심판대상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일반적인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위 선례의 판단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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